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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보배섬 진도'에는 헤아리기 힘들 만큼 '보배'가 많다. 수많은 유·무형문화재와 풍부한 물산은 말할 나위도 없고 삼별초와 이순신 장군의 불꽃 같은 역사가 켜켜이 쌓여 있다. 하지만 진도를 진도답게 하는 으뜸은 다른 데 있다. 푸른 바다에 별처럼 빛나는 수많은 섬 들이다. <뉴스1>이 진도군의 254개 섬 가운데 사람이 사는 45개의 유인도를 찾아,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대항해를 시작한다.



옥도항에서 바라 본 옥도마을. 2025.6.13/뉴스1 ⓒ News1 조영석 기자


(진도=뉴스1) 조영석 기자
◇옥도 조도 속담에 '놀아도 갯가에서 놀체리마스터 공략
아야 배 뜨뜻하다'는 말이 있다. 논밭은 부족하고, 바다가 하늘을 닮은 섬의 특성이기도 하지만 옥도는 '길가의 개도 5000 원짜리 지폐를 물고 다닌다'는 말이 유행하던 때가 있었다. 1970년대 옥도 앞바다가 조도꽃게의 주산지로 떠오르고, 건너편의 상조도 성등포항에는 하루 200여 척의 꽃게잡이 배들이 몰려들던 시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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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옥도 앞바다가 조도꽃게의 주산지로 떠오르던 시절, 옥도에서는 '길가의 개도 5000 원짜리 지폐를 물고 다녔다'는데… .


조도면지와 주민들에 따르면 꽃게잡이가 한창이던 1973년 당시 옥도에는 63가구 398명이 거주하고, 이어 1976년에는 교실 세 칸을 갖춘 상도초등학교 세원셀론텍 주식
옥도분교까지 개교했다. 재학생이 131명에 달했다.




목포에 나가 살다 아픈 남편의 요양을 겸해 고향으로 돌아왔다는 옥도리 김향심 할머니. "커피 한 잔 먹고 가라"며 낯선 방문객을 반겼다.2025.6.13/뉴스1 ⓒ News1 조영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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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꽃게잡이의 영화는 짧아 6~7년에 불과했다. 꽃게가 떠나자 사람도 떠나고, 분교는 1998년 문을 닫았다. 2025년 현재 30세대 47명이 거주하고 있다. 세대당 1.5명꼴이지만 여느 섬들이 그렇듯이 젊은이들은 육지로 나가고, 섬에는 나이 든 노인들이 대부분이다.
옥도는 조도면 상조도하나포유
로부터 80m쯤 북쪽에 떨어져 있는 면적 1596㎢의 작은 섬이다. '옥도(玉島)'라는 지명은 섬 모양이 한자의 '구슬 옥(玉)'자를 닮았다는 데서 유래했다지만, 두 개의 섬이 하나로 이어진 호리병 형태에 가깝다. 집들은 산기슭을 따라 오르고, 마을 앞으로 하얀 모래해변(사빈)의 해수욕장이 바다로 스며드는 전형적인 '1도1촌(一島一村)'의 섬마을이다.



옥도 북방파제에서 옥도마을로 들어가는 진입로 풍경.2025.6.13/뉴스1 ⓒ News1 조영석 기자


옥도 남쪽, 상조도와 마주 보는 곳에 '좁은도' 마을이 있어 예닐곱 가구가 살았으나 지금은 사람이 살지 않는다. 이곳 상조도 동구리의 각진바위 나루와 좁은도 마을간 연도교 준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주민들은 상조도와 연도가 되면 옥도의 생활 여건이 면 소재지인 하조도까지 이어지며 조금은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금은 편의점이나 약국은 물론 구멍가게조차 없는 탓에 멀리 목포까지 나가서 생필품을 구입하는 실정이다. 기껏해야 100m도 못 되는 섬과 섬 사이의 바다가 옥도 주민들에게는 천리길 이상이다. 정부의 홀대와 방치라고밖에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이제라도 연도가 된다니 '그나마'이다.

'히야섬'이라고도 부르는 옥도 북쪽의 백야도는 희귀한 형태의 빼어난 경관으로 유명하다. 섬의 정상에는 '내가 섬들의 왕'이라는 듯 십여 개의 기암괴석이 왕관의 뿔처럼 솟았다.


옥도 주변 바다에는 시야도, 오이도, 과도, 백야도 등 작은 섬과 여들이 점점이 박혀 있다. 그중에서도 '히야섬'이라고도 부르는 옥도 북쪽의 백야도는 희귀한 형태의 빼어난 경관으로 유명하다.




'히야섬'이라고도 불리는 백야도. 정상의 기암괴석을 왕관처럼 쓰고 있다. 환경부가 '특정도서'로 지정,관리하고 있다.2025.6.13/뉴스1 ⓒ News1 조영석 기자


섬의 정상에는 '내가 섬들의 왕'이라는 듯 십여 개의 기암괴석이 왕관의 뿔처럼 솟았다. 식물집단도 풍부하여 후박나무와 구실잣나무, 곰솔이 군락을 이루고 억새도 히야섬에서 하얗게 빛난다. 환경부에서 자연생태계, 지형, 지질, 자연환경 등을 보존하기 위해 '특정도서(特定島嶼)'로 지정, 관리하고 있다.
옥도는 논이 없어 밭농사와 어업을 겸하지만 경제활동은 어업에 의존하고 있다. 조도군도에 속한 섬마을들이 어촌계를 중심으로 미역과 톳 양식을 주업으로 삼고 있듯이 옥도도 오래전부터 톳 양식이 발달했다.톳 채취와 건조로 바쁜 5~6월에는 육지로 나가 살던 주민들이 돌아와 옥도에 생기가 넘친다.



애기어깨바위- 도붓장사 나간 남편을 기다리다 지친 아내가 애기를 업은 채 바다에 빠져 죽은 뒤 생겨났다는 바위. 옥도 동쪽에 있다.(옥도리 이장 김양기씨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옥도에는 궁핍했던 시절, 고픈 배를 달래던 전설이 일품 먹거리로 현재화된 음식이 하나 있다. 조도 일대에서 특별한 날에 만들어 먹는 일명 '돌옷'요리이다.


'어머니가 자식들의 굶주린 배를 보다 못해 갯가로 나가 바위에 낀 이끼(돌옷)를 뜯어와 삶으니 묵으로 변했다'는 전설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지금도 조도의 어머니들은 육지에 살던 자식들이 찾아오면 '돌옷'부터 삶는다.


'옛날 7남매를 둔 지지리도 가난한 홀어머니가 옥도에 살았다. 섬에 계속 흉년이 들어 먹거리가 바닥나고, 날품 없어 여덟 식구가 굶어 죽을 지경에 이르렀다. 어머니가 자식들의 굶주린 배를 보다 못해 갯가로 나가 바위에 낀 이끼(돌옷)를 뜯어와 삶으니 묵으로 변했다. 묵은 메밀묵처럼 탄탄하고 맛이 좋아 흉년을 넘기는 귀한 음식이 됐다.' '돌옷'에 얽힌 전설의 한 토막이다. 지금도 조도의 어머니들은 육지에 살던 자식들이 찾아오면 '돌옷'부터 삶는다.




눌옥도 선착장과 마을 전경.2025.6.13/뉴스1 ⓒ News1 조영석 기자


◇눌옥도 '옥도'라는 지명 앞에 '눌(訥)'이 붙어 눌옥도라 불리지만 옥도와는 어떤 상관성을 갖지 않는다. 옥도가 '먼 친척'이라면 내병도와 외병도, 진목도 등이 '가까운 이웃'에 해당한다. 다만 동쪽의 옥도가 서쪽으로 뻗어 나온 형국이라거나, 옥도가 서쪽으로 흘러오지 못하도록 막는다는 유래를 갖고 있다.

과거형이 된 '풍요'는 봄철에 손가락보다 큰 멸치들이 갯가에서 떼 지어 퍼덕이고, 동네사람들이 뜰채로 멸치를 긁어모으던 시절의 얘기다.


섬의 돌들이 대부분 누룩처럼 둥글고 납작한 형태로 생겼다 하여 '누룩섬'이라 불리다가 1789년 인구조사 때 현재의 이름을 얻었다. 하지만 항공사진으로 보면 바다거북이 서쪽으로 헤엄쳐 가는 모습이나, 미국 1세대 스텔스 전투기가 동쪽을 향해 비행하는 형태에 가깝다.

마을 동쪽에 뾰족하게 튀어나와 있는 부분이 황새부리 모양과 흡사하여 마을이 풍요로웠다고 한다. 과거형이 된 '풍요'는 봄철에 손가락보다 큰 멸치들이 갯가에서 떼 지어 퍼덕이고, 동네사람들이 뜰채로 멸치를 긁어모으던 시절의 얘기다.



눌옥도 선착장 옆 계류장.2025.6.13/뉴스1 ⓒ News1 조영석 기자


면적 0.774㎢의 작은 섬으로 물이 귀하고 논이 없다. 인구는 2025년 6월 현재 7가구, 8명이다. 조도면지는 1973년 말 눌옥도의 인구가 35가구 176명이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1967년 상도초등학교 눌옥도분교가 문을 열었으나 1992년 폐교됐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멈춘 빈 섬에서는 홀로 피는 꽃들만 날로 화려하다.

주민들은 가족을 육지에 두고 고향에서 홀로 바다 농사를 하며 지내는 것이 일반 사가 됐다. 대신 톳이나 미역채취 등 바닷일이 바빠지는 시기에는 육지의 가족들이 섬으로 올라와 한두 달 살다가는 경우가 많다.


섬의 동쪽에 눌옥도의 관문인 선착장이 있다. 옹기종기한 집들이 선착장에서 뒷산을 향해 다랑논처럼 오르고, 선착장 옆에는 방파제를 세워 조성한 작은 계류장 2개가 역시 작은 어선들의 안식처로 자리 잡았다.

옥도와 마찬가지로 돌미역과 톳 양식이 주업으로 톳 채취 시기에는 눌옥도의 인구가 20여 명쯤으로 2배 가량 늘어난다. 현재 거주하고 있는 주민들은 가족을 육지에 두고 고향에서 홀로 바다 농사를 하며 지내는 것이 일반 사가 됐다. 대신 톳이나 미역채취 등 바닷일이 바빠지는 시기에는 육지의 가족들이 섬으로 올라와 한두 달 살다가는 경우가 많다.



눌옥도 등대.2025.6.13/뉴스1 ⓒ News1 조영석 기자


마을 최연소자 김병환 씨(58)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김 씨는 "아이들 교육과 직장 문제로 아내는 인천에 살고 있다. 아이들과 함께 1년에 한 두어 번 와서 일손을 도와 준다"며 웃었다.
미역과 톳 양식 이외에도 자연산 돌김과 전복, 장어잡이 등도 주업 못지않은 부업이다.

1967년 상도초등학교 눌옥도분교가 문을 열었으나 1992년 폐교됐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멈춘 빈 섬에서는 홀로 피는 꽃들만 날로 화려하다.


물이 부족한 눌옥도에서는 예전에 섬의 정상에서 솟는 샘물을 먹었으나 지금은 바닷물을 정수하여 생활용수로 활용하고, 식수는 생수를 구입해서 사용한다. 물이 부족한 대신, 전기는 넉넉하다. 2006년 11월 태양광 발전시설이 들어서 교회와 마을 전체 가구가 쓰는데 부족함이 없다.

마을 남쪽방향 '방안여'라고 불리는 암초 위에 세워진 무인등대는 외딴섬 눌옥도만큼이나 외롭지만, 섬의 절대 절경이 된다.
☞ 특산품 '조도톳'…국민건강식품으로 '전량 일본 수출'



‘비가 오겠다’는 기상예보에 따라 마을 주민이 야외 건조장에서 말리던 톳을 급히 거둬 트럭에 싣고 있다. 전량 일본으로 수출되는 ‘조도톳’은 세계 제일의 품질을 자랑한다.2025.6.13/뉴스1 ⓒ News1 조영석 기자


톳은 돌미역과 함께 조도면의 주 특산품이다. 전 세계에서 한국과 중국, 일본 등 3개국만이 톳을 생산한다. 청정해역 조도의 톳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세계 최고의 톳이기도 하다. 국내 시장에서는 소비자의 선호도가 높지 않지만 일본에서는 학교급식으로 납품될 만큼 최고의 건강식품으로 꼽힌다. 조도면지에는 일본인 학자들의 톳 성분 자료를 인용, '우유의 15배에 해당하는 칼슘과 550배에 달하는 철분, 우엉의 6.5배인 식물성 섬유질을 갖고 있을 뿐만아니라 풍부한 비타민과 나아신 등 무기질을 다양하게 함유한 천연 식품'으로 소개하고 있다. 국내 생산량의 전량이 일본으로 수출되며 연간 4000만 달러 이상의 소득을 올리는 효자 상품이기도 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중국의 값싼 톳이 일본으로 수입되면서 경쟁력이 약화 되고 있다. 국내 톳 소비시장의 확대와 지원이 필요한 실정이다.
/여행 안내/…'낯선 불편을 감내하는 즐거움'
옥도와 눌옥도에는 숙박시설이나 생필품을 파는 가게가 없다. 숙박이 필요할 경우 마을회관을 실비로 빌려 이용할 수 있다. 여행이 '낯선 불편을 감내하는 즐거움'이라고 믿는다면 옥도와 눌옥도의 1박2일 섬 여행은 잊을 수 없는 추억을 선사하게 될 것이다. 옥도와 눌옥도는 목포항과 진도 쉬미항, 진도항, 창류항 등 4곳에서 각각 1일 1회 입출항이 가능하다. 자세한 안내는 진도군 관광문화과나 조도면사무소, 국립공원서부사무소 조도탐방센터 등으로 문의하면 된다.
kanjoy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