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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싱가포르 한 카페에서 기자가 그랩을 이용한 결제를 하고 있다. QR코드를 띄우고 단말기에 가져다 대면 금방 결제가 완료된다. 스테이블코인 결제가 가능하다는 특별한 안내가 있지는 않다. QR코드 결제만 가능하면 가상자산 결제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 = 싱가포르 최근도 기자]



“‘그랩’으로 결제하겠습니다.”

QR코드 단말기에 불이 들어왔다. 그랩 애플리케이션(앱)에 뜬 QR코드를 갖다 댔다. 순식간에 결제가 끝났다. 잠시의 끊김도 없었다.
기자의 그랩 계좌 돈을 싱가포르달러로 환전할 필요도 없었다. 계좌에 있는 스테이블코인 테더(USDT)로 바로 결제됐다. 스테선물회사
이블코인은 1개당 가격이 1달러로 고정된 가상자산을 의미한다.
동남아시아 최고의 슈퍼앱 그랩은 한국으로 치면 카카오택시, 배달의민족, 삼성페이를 합친 것과 비슷한 위상이다.
동남아시아판 ‘우버’라고 불리는 그랩은 승차 공유로 시작해 음식 배달, 마트 쇼핑뿐만 아니라 결제까지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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랩은 지난해 3월 싱가포르를 중심으로 비트코인, 이더리움, 테더, USDC에 싱가포르달러와 연계된 스테이블코인 ‘XSGD’까지 5개 가상자산 기반 결제 시스템을 구축했다.



가상화폐 [사진 =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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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랩은 싱가포르에서 택시를 이용하거나 배달 음식을 먹는 등 여행에 필요한 대부분의 상황에서 이용되는 앱이기에 가상자산, 특히 스테이블코인을 갖고 있다면 모든 게 다 가능한 셈이다.

한국인도 쉽게 가상자산으로 결제할 수 있다. 다만 앱 특성상 현지 유심을 사용하거나 본인 인증이 필요하다. 가입만 하면 가상바다이야기게임방법
자산을 그랩 속 자신의 가상자산 지갑으로 전송할 수 있다.
그랩이라는 슈퍼앱에 자연스럽게 가상자산 결제가 탑재돼 있기 때문에 매장에서 가상자산으로 결제할 수 있는지 물어볼 필요도 없다. QR코드 결제가 가능한 곳이면 대부분 결제할 수 있다.
기자는 전송 속도가 빠르고 수수료가 저렴한 스테이블코인인 테더를 이용했다. 국내 엔톡
거래소인 빗썸에서 테더를 구매했다. 거래 수수료는 0.04%다. 다만 국내는 2022년 도입된 트래블룰로 인해 그랩으로 코인을 전송하는 것이 조금 복잡하다. 그래서 기자는 바이낸스라는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를 활용했다. 빗썸에서 다른 가상자산 거래소로 테더를 보내는 전송 수수료는 무료다.
바이낸스로 전송받은 테더를 다시 그랩으로 보냈다. 바이낸스에서 그랩으로 전송할 때는 어떤 결제망을 쓰느냐에 따라 수수료가 다르다.
이더리움을 활용하면 2.5테더(약 3500원)로 비싸다. 솔라나는 건당 0.5테더(약 700원)를 수수료를 낸다. 이 분야는 수수료 인하 경쟁이 치열하다. 폴리곤을 쓰면 0.02테더(약 28원)까지 내려간다.
국내 규제가 사라진다면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테더 거래 수수료 외에는 필요하지 않았을 송금 비용이다. 하지만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망을 통해 해외 송금 시 2~3일씩 걸리고 몇만 원의 수수료가 드는 것을 고려하면 혁명적인 변화다.
충전만 하면 그 뒤는 기존 카드 결제보다 훨씬 편하다. 실제로 기자가 싱가포르 스타벅스 매장에서 그랩 앱을 켜고 QR코드를 찍으니 순식간에 결제가 완료됐다. 비트코인과 스테이블코인 개념을 알 필요조차 없었다. 일반 포인트를 충전한 뒤 차감해서 쓴다는 느낌이었다. 싱가포르에서는 이처럼 생활 속 깊숙이 가상자산이 결제 수단으로 스며들고 있다.
싱가포르가 금융 허브에 이어 가상자산(크립토) 허브가 돼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제 시간에도 큰 차이가 난다. 기자가 마스터카드망을 이용한 국내 신용카드 결제와 그랩 결제 시간을 비교해봤다.
카드 결제는 단말기에 가져다 댄 후 5초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 해외 카드 결제는 국내 결제와 달리 각 국가의 금융기관과 국제 결제 네트워크(비자·마스터카드 등)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카드 결제는 방문 국가 통화로 지금 환전해 결제할 건지, 아니면 원화로 결제한 뒤 나중에 정산 시점의 환율을 쓸 건지 결정해야 한다. 현금 결제와 비교하면 복잡한 편이다.




반면 스테이블코인 결제는 앱을 켜고 QR코드 단말기에 갖다 대니 1초도 안 돼 끝났다. 현금을 주고 결제한 것과 같다. 현금 대신 가상자산을 줬을 뿐이다. 현금 결제와 같기 때문에 정산 과정도 필요 없다. 가상자산 업계에서 이제는 카드사의 수수료 결제 대상이 가상자산 거래소의 스테이블코인 송금 수수료가 될 것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싱가포르는 지난해 말 기준 블록체인 기술 도입이 세계 최고 수준인 국가다. 블록체인 플랫폼 에이펙스프로토콜이 블록체인 특허, 블록체인 기술 관련 일자리, 가상자산 거래소 등을 기준으로 평가한 국가별 블록체인 도입 순위에 따르면 싱가포르는 종합 점수 85.4점으로 최고 자리에 올랐다.
싱가포르는 블록체인 특허 1600개, 블록체인 산업 관련 일자리 2433개, 가상자산 거래소 81개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홍콩은 종합 점수 82.7점으로 2위를 차지했다. 홍콩은 블록체인 기술과 거래소의 손쉬운 통합을 가능하게 하는 강력한 금융 인프라스트럭처로 두각을 나타냈다.
종합 점수 81.5점을 기록한 에스토니아가 3위에 올랐다. 다른 상위 국가로는 스위스, 미국, 캐나다, 호주, 한국, 영국, 아랍에미리트(UAE)가 있다. 한국은 8위를 차지했다.
싱가포르에서는 전자제품도 스테이블코인으로 직접 결제해 살 수 있다. 소니 싱가포르법인은 올해 4월 크립토닷컴과 협력해 USDC와 USDT 결제 서비스를 도입했다. 싱가포르의 대표적 백화점 체인 ‘메트로’도 스테이블코인 결제 시스템을 4개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싱가포르와 달리 여전히 블록체인 산업에 대한 강력한 규제로 인해 결제 등 일상생활 속에서 활용하기가 극히 어렵다.
그래서 개인투자자가 투자 목적으로 스테이블코인을 중간재로 쓰는 반쪽짜리 활용에 그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주로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자유롭게 거래하는 수단으로 쓰이고 있다. 달러화와 등가를 유지하기 때문에 달러 자산을 보유하려는 목적으로 스테이블코인 구매도 늘어나고 있다.
해시드오픈리서치가 최근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스테이블코인 투자자 중 전체 응답자의 60.7%는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 등에서 투자 목적으로 스테이블코인을 보유했다.
그 뒤는 △달러 자산 확보(37.7%) △차익을 노린 재정 거래(29.7%) △예치 이자 수익(24.3%) △비즈니스 목적 송금(15.3%) △개인 간 송금(13.7%) 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