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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트라산타[이탈리아]=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10년 후의 내 모습이 딱 이 정도만 됐으면 좋겠다고 상상하고 작업했습니다. 그러니 내일이 급해지지 않았어요. 지금도 여전히 10년 후를 생각하며 달리고 있습니다."
한국인 조각가 박은선(60)이 31일(현지시간) 이탈리아 토스카나주 피에트라산타바다이야기 게임 다운로드
에 자신의 이름을 건 미술관 '아틀리에-뮤지엄 박은선'을 개관했다. 32년 전 무작정 꿈을 좇아 머나먼 이탈리아로 유학길을 떠났던 그는 이제 '조각의 성지'에 자신의 예술 세계를 담은 공간을 완성했다.
경희대 조소과와 이탈리아 카라라 국립예술아카데미를 졸업한 박 작가는 1993년 피에트라산타에 정착해 작업을 이어왔다. 이곳은 인구 2만5천정몽주테마주
명의 소도시지만 르네상스 시대 거장 미켈란젤로를 비롯해 헨리 무어, 호안 미로, 살바도르 달리 등 세계적인 작가가 작업해 '조각의 성지'로 불린다.
박 작가는 기존의 한 덩어리 재료로만 조각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거대한 기하학적 입방체를 정밀하게 분할하고 조립해 조각 작품을 완성하는 새로운 개념을 선보여 이탈리아를 넘어 유럽 미술계의 주목을무료게임
받아왔다.



개관식 인사말하는 박은선 조각가 (피에트라산타[이탈리아]=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31일(현지시간) '조각의 성지'로 불리는 이탈리아 토스카나주 피에트라산타에 한국인 조각가 박은선의 이름을 건 미술관 '아틀리에-뮤지엄 박은선'이 개관했다. 박 작가가 개관식 바다이야기규칙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5.05.31 changyong@yna.co.kr


아무 연고도 없는 타지에서 가르쳐줄 스승도, 조언을 구할 선후배도 없이 홀로 고독하게 작업한 결과, 자연스럽게 독특한 작품 세계가 구축된 것이다. 그는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매일 같이 나와 솔직히 대화했다"고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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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은 적도 많았어요, IMF 시기에는 너무 어려워 가족을 한국으로 돌려보내고 혼자 남았죠. 다음 끼니를 걱정할 때도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기적처럼 내 작품을 찾아주는 고객이 있었어요."
피에트라산타에 개인 미술관을 세운 것은 박 작가가 최초다. 정착 초기 고생했던 옛날 모습을 기억하는 어르신들은 성공한 박 작가를 보고 대견해하고 고마워한다고 한다.
박 작가는 "어떤 분은 작업장에 오셔서 '네가 그 옛날에 우리 작업장에 와서 돌 사면서 돌값 깎아달라고 했던 바르크(Park)니'라며 신기해한다"며 "'네가 맞는구나. 고마워' 하는 얘기를 들으면 미술관 건립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처음 조각을 시작할 때 목표는 '10년 후 한 달에 재료비 100만원 정도 쓸 수 있으면 좋겠다'였다. 그다음 10년에는 1천만원, 그다음 10년에는 1억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하루도 허투루 쓰지 않았다.
길게 목표를 잡은 덕분에 당장의 성과에 조급해하지 않게 됐다. 그는 "지금은 마음에 조금 여유가 생겨서 32년 전의 젊었을 때의 마음으로 돌아가서 다시 시작해보고 싶다. 그렇게 생각하니 재미도 있고 흥분도 된다"고 웃으며 말했다.



개관식 기념 영상 관람하는 박은선 조각가 (피에트라산타[이탈리아]=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31일(현지시간) '조각의 성지'로 불리는 이탈리아 토스카나주 피에트라산타에 한국인 조각가 박은선의 이름을 건 미술관 '아틀리에-뮤지엄 박은선'이 개관했다. 박 작가가 개관식 기념 영상을 관람하고 있다. 박 작가 왼쪽은 세계적 건축가 마리오 보타. 2025.05.31 changyong@yna.co.kr


박 작가는 2018년 피에트라산타시가 매년 최고의 작가에게 주는 권위 있는 '프라텔리 로셀리' 상을 한국 작가로는 최초로 받았다. 2021년에는 피에트라산타시 '명예 시민'이 됐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야외에 설치된 '복제의 연속'이 그의 작품이다. 2015년에 국민훈장 석류장을 받았다. 이탈리아 3대 갤러리 가운데 하나인 콘티니(Contini) 전속 작가이기도 하다.
미술관 설계는 리움미술관, 강남 교보타워, 남양성모성지 대성당 등 한국의 여러 랜드마크를 디자인해 국내에도 잘 알려진 세계적인 건축가 마리오 보타가 맡았다.
다음은 박은선 작가와의 일문일답.
-- 피에트라산타에 미술관을 건립한 소감은.
▲ 건축에만 2년 반, 준비까지 포함하면 3년 반이 걸렸다. 유리 공장을 사들여 리모델링한 건데, 한국 같았으면 아파트 한 채는 지었을 시간이다. 이탈리아에서는 다들 기적이라고 한다. 내가 죽자 살자 밀어붙인 결과다.
이 미술관은 내 작업의 거점이자 향후 재단 설립을 통해 사후에도 작품이 체계적으로 관리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다. 32년을 돌아보면 중간에 포기하고 싶을 때도 많았지만 나를 믿고 진심으로 도와준 갤러리와 컬렉터 덕분에 여기까지 왔다.
한국에서 교수직 제안도 있었지만 모두 거절했다. 대신 내 작품을 믿어준 사람들을 위해 피에트라산타에 머무르며 작업을 보존하고 정리할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미술관을 건립했다.



'아틀리에-뮤지엄 박은선' 개관 (피에트라산타[이탈리아]=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31일(현지시간) '조각의 성지'로 불리는 이탈리아 토스카나주 피에트라산타에 한국인 조각가 박은선의 이름을 건 미술관 '아틀리에-뮤지엄 박은선'이 개관해 기념 파티가 열리고 있다. 2025.05.31 changyong@yna.co.kr


-- 미술관 이름에 자신의 이름을 넣은 이유는.
▲ 실질적인 이유 때문이다. 향후 재단 설립 등을 고려했을 때 작가의 명예를 지키고 작품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려면 이름을 내거는 수밖에 없었다.
반면, 우리나라 신안에 짓고 있는 미술관에는 내 이름을 넣지 않겠다는 원칙을 끝까지 고수했다. 시에서 난색을 보였지만, '인피니또'라는 내 작품명을 미술관 명칭으로 제안했고, 현재 '인피니또 조각미술관'으로 등록됐다. 살아 있는 작가가 자신의 이름을 걸고 미술관을 세우는 건 민망한 일이다. 작고 후 누군가가 그 뜻을 기려 세우는 거라면 모를까, 아직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 미술관 설계를 맡은 세계적인 건축가 마리오 보타와의 인연은.
▲ 11년 전, 로마에서 열린 내 전시에 보타가 보러 온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의 건축을 굉장히 좋아하던 터라 바로 달려갔다. 보타는 내 작품을 보고 '스튜디오에 놀러 오라'고 했지만, 인사치레인 줄 알았다.
그러다 한국에서 우연한 계기로 다시 만나게 됐고 신안군 미술관 설계자로 보타를 추천했더니 모두가 영광스럽다며 환영했다. 직접 연락하니 흔쾌히 수락해줬고, 이번 피에트라산타 미술관도 그가 설계했다.
처음엔 비용이 부담돼 간소하게 지으려고 했지만 이왕 시작한 거 보타가 원하는 대로 가보자는 생각으로 임했다. 그는 나를 '용기 있는 작가'라고 말한다. 그의 설계대로 끝까지 따라간 점을 높게 평가한 것 같다.
미술관 외관은 기존 건물을 활용해야 했기 때문에 구조 변경에는 한계가 있었지만, 내부는 100% 보타의 철학과 설계가 반영됐다.



'아틀리에-뮤지엄 박은선' 개관 (피에트라산타[이탈리아]=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31일(현지시간) '조각의 성지'로 불리는 이탈리아 토스카나주 피에트라산타에 한국인 조각가 박은선의 이름을 건 미술관 '아틀리에-뮤지엄 박은선'이 개관해 기념 파티가 열리고 있다. 2025.05.31 changyong@yna.co.kr


-- 처음 이탈리아에 오게 된 계기와 당시 상황은.
▲ 대학원 진학도 고려했지만, 학업과 생계를 병행하면 결국 작업에 집중하지 못할 것 같았고, 그래서 오로지 조각에만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을 택했다.
신문에서 피에트라산타가 세계적인 조각가들이 모여 작업하는 곳이라는 기사를 보고 바로 결심했다. 가진 것도 없었고, 부모님 지원도 없었지만, 여기서 죽을힘을 다해서 최선을 다해보면 비록 실패하더라도 후회는 없겠다는 마음으로 왔다.
아내의 희생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작업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단 한 번도 스트레스를 주지 않았다. 정말 고마운 사람이다.
-- 이탈리아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예술가로서 어려움과 자부심은.
▲ 정체성을 고민하는 예술가들이 많다고 들었다. 하지만 나는 뼛속까지 한국인인데, 정체성을 일부러 작품에 표현하려는 건 오히려 꾸밈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용기를 내기로 했다. 내가 하는 작업이 곧 내 정체성이라고 생각했다.
그 후로는 작업이 끝난 밤마다 '오늘 솔직하게 표현했는가' 라고 스스로 물었다. 유명해지기 위해 욕심을 부린 건 아닌지, 본질에서 벗어난 건 아닌지 점검했다. 그리고 만약 욕심이었다면, 다음 날은 그러지 않기로 마음을 다잡았다.
남들은 알 수 없다. 내 생각, 내 감정은 오직 나만 안다. 그렇기에 나와의 솔직한 대화가 중요했고, 그 대화 속에서 진짜 나의 작품이 나왔다. 정체성만 찾으려다 보면 외형에만 집착하게 되고, 결국 유명세에 매몰된다.
'10년 후의 나'를 항상 떠올리면서 작업했다. 10년 후를 생각하니 내일이 급해지지 않았다. 32년간 하루도 허투루 보내지 않았다. 다행히 건강도 잘 버텨줬다. 지금은 마음에 조금 여유가 생겨서 다시 32년 전의 그 마음으로 돌아가서 다시 시작해보고 싶다. 그렇게 생각하니 재미도 있고 흥분도 된다.



'아틀리에-뮤지엄 박은선' 개관 (피에트라산타[이탈리아]=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31일(현지시간) '조각의 성지'로 불리는 이탈리아 토스카나주 피에트라산타에 한국인 조각가 박은선의 이름을 건 미술관 '아틀리에-뮤지엄 박은선'이 개관했다. 사진은 전시장 내부 모습. 2025.05.31 changyong@yna.co.kr


-- 한국 후배 예술가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 유학 온 후배들이 조언을 구하러 오면 항상 말한다. '자신과 솔직하게 대화해라. 진짜 솔직해지면 답이 보인다. 예술은 꾸미는 게 아니라 진실한 자기표현이다.'
예술은 단기간에 성과가 나는 일이 아니다. 순간 열심히 한다고 1등 하는 것도 아니다. 예술은 진실만이 통하는 마라톤이다. 마라톤은 초반에 너무 달리면 완주하지 못한다. 나처럼 10년 단위로 숨을 고르며 솔직하게 나아가야 끝까지 갈 수 있다. 멀리 보고 가지 않으면 금세 지친다.
처음 이탈리아에 왔을 때 완전히 혼자였다. 물어볼 선생도, 조언을 줄 선배도 없었다. 스스로 묻고 답하며 버텼다. 그게 습관이 돼서 지금도 매일 작업 후 스스로를 점검한다. 예술은 외로운 길이다. 그 외움을 견디는 것이 예술가의 길이다. 시간이 쌓여야 작품이 완성된다. 돌은 정직하다. 정성을 들인 만큼 응답한다. 나 역시 그 돌처럼 묵묵히 쌓아 올려 여기까지 왔다.



2024년 6월 로마에서 전시회 당시의 박은선 조각가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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