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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 산불 이후 ‘헬기 확충’이 거론된다. 산불이 크게, 여러 곳에서 발생하니 헬기를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다. 산림청도 ‘재해·재난 대응 추가경정예산(안)'을 통해 헬기 6대(대형 3대·중형 3대)를 도입할 계획을 밝혔다. 산불이 대형화·연중화하는 상황이라 헬기 수를 늘릴 필요성은 인정된다. 하지만 헬기 확충만이 산불 진화 체계 개선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헬기가 한 곳에 너무 많이 몰릴 경우 지휘 체계가 복잡해져 공중 진화 효율이 떨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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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공중 진화 체계에 대한 개선 논의가 ‘무조건 많은 헬기를 출동시키는 것’에 한정돼 있다고 지적한다. 헬기 수를 늘리는 것 외에 산불 진화 현장의 복합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다. 산불 공중 진화는 지형, 바람, 연료(나무·잎), 고도, 산 경사도, 헬기 간 이격거리 확보 등 다양한 변수에 영향을 받는다. 산림청은 초대형부터 소형까지 KT 뮤직 주식
총 5가지의 헬기 기종을 운용하는데, 기종마다 산불 진화 시의 유불리가 다르다. 기후위기로 산불 규모가 커지고 변수도 늘어나는 만큼, 헬기 기종 선택, 운용 시스템 고도화 등 공중 체계의 질적 향상을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4월 산림청 초대형 헬기 ‘팬엔터테이먼트 주식
S-64’가 물을 투하해 강원 인제군에서 발생한 산불을 진화하고 있다. S-64의 담수량은 8000리터다. 기후위기기록단


산불 진화의 관건은 ‘물 보급’
먼저, 산림청과 산림항공본부 관계자들은 산불 진화의 관건은 ‘물 보급’이라고 입을 모은다. 담수량이 큰 헬기일수록 산불 진화에 성장가치주
유리하지만, 담수량이 큰 초대형 헬기는 그만큼 큰 담수원이 필요하다. 중·소형 헬기는 상대적으로 좁은 농업용 연못이나 계곡 등에도 진입할 수 있지만, 초대형 헬기는 댐이나 강 등을 이용해야 한다. 최원상 산림청 산림항공본부 주무관(산림항공과)은 “대형기는 담수할 때 사방으로 50m 이상 충분한 이격 공간이 필요하다”며 “헬기가 담수하다가 바람에 의해 옆으로CJ제일제당 주식
움직일 수 있다. 지상에서도 판단하는데 조종사들이 보고 공간이 부족하다고 판단하면 거기서는 담수를 못 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산불 현장에 가까운 곳에서 물을 대지 못하면 진화 효율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강풍이 불면 산불은 삽시간에 번진다. 경북 의성 산불 진화 임무를 맡았던 산림항공본부 양용석 기장은 “담수하는 데 10분 정도 걸리면 많이 걸린 편이다. 10분조차 화세를 키운다”고 설명했다. 강원도나 경북 동해안 등은 산지가 많아 산불이 자주 발생하기 쉬운데 담수지는 적어, 사방댐 건설 등 담수지 확보를 위한 조치가 이어지고 있다.
산림청은 원활한 물 보급을 위해 ‘이동식 저수조’도 활용한다. 주로 중형과 대형 저수조가 쓰이는데, 대형 저수조는 용량 4만 리터로 초대형 헬기가 이용하는 데 충분하다. 헬기와 마찬가지로 이동식 저수조 또한 장비 확충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장비의 효율을 올리기 위한 운용 기반이 함께 향상돼야 한다. 특히 지자체의 협조가 더 강화될 필요가 있다. 2023년 서울 인왕산에서 불이 났을 때 진화 헬기들은 6㎞ 이상 떨어진 한강에서 물을 담아야 했다. 산불 현장 인근의 청와대 헬기장 등 서울시가 저수조 전개가 가능한 공간을 사전에 확보하지 못한 탓이다.



산림청이 보유한 이동식 저수조. 중형 20만 리터, 대형 4만 리터다. 산림청 제공


산불 진화 조종사들은 이동식 저수조의 위치 정보도 헬기 기내에서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산불 진화 헬기에는 담수지 3800여 곳과 송전선 등의 위치 정보가 담긴 내비게이션이 탑재돼 있지만 이동식 저수조 전개 공간에 대한 정보는 부족하다. 이경수 산림항공본부 기장은 “초대형 헬기가 착륙할 수 있는 반경 150m 이상의 빈터를 산불 전에 확보하고 산림 정보와 공간 데이터를 통합한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왕산 산불 이후 산림청과 서울시는 북한산, 도봉산 주변에 이동식 저수조 설치 가능 위치를 파악하는 등 공간 정보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또 연 2회 이상 이동식 저수조 설치 훈련을 하며, 헬기 투입까지 포함한 실제 운용 기반을 점검하고 있다.
산악 지형에서도 기동성·안정성 확보해야
헬기의 기동성도 산불 진화의 핵심이다. 산불 진화 현장은 바람, 고열, 장애물 등 복합적인 요인이 혼재하는 고위험 환경이다. 산악 비행은 본래 바람 방향과 세기가 급변해 까다로운데, 산불이 나면 상황은 더 악화한다. 뜨거운 열기로 공기가 위로 솟구치고, 이 빈자리에 주변 공기가 급격히 유입되면서 강력한 돌풍이 발생한다. 30년 경력의 베테랑 조종사들조차 이런 불규칙한 바람을 예측하거나 피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여기에 더해 대기 온도가 높아지면 공기 밀도가 낮아지면서 헬기의 양력도 제한된다. 양력은 헬기가 공중에 뜨는 기본적인 힘이다. 헬기는 날개로 공기를 밀어내며 양력을 만들어 떠오르는데, 공기 밀도가 낮아지면 그만큼 비행 안정성이 떨어진다.
산림청이 29대 보유 중인 ‘카모프’ 헬기(KA-32)는 기동성이 강점이다. 카모프는 ‘메인로터’ 부위에 서로 반대 방향으로 회전하는 두 개의 날개를 갖춘 ‘동축 반전 로터’ 구조로, 별도의 꼬리날개(‘테일로터’)가 없다. 덕분에 엔진 출력을 양력을 발생시키는 메인로터에 집중시킬 수 있다. 담수량은 3000리터로 초대형 헬기보다 적지만, 양력 발생이 뛰어나 산악 지형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비행이 가능하다.
특히 ‘제자리 비행’(hovering) 성능이 좋다. 제자리 비행은 헬기가 담수할 때 수면 위에서 정지 상태를 유지하는 비행으로 고난도의 감각과 집중력이 요구된다. 공중에 정지한 상태로 기체 무게와 중력, 헬기 날개가 일으키는 돌풍을 자체의 양력으로 견뎌야 한다. 수면에 하늘이나 지형이 반사돼 고도를 착각하게 되는 ‘유리수면 효과’도 사고 위험을 키운다. 실제로 2013년 담수 중 고도 착각으로 S-64 한 대가 추락했다. 카모프는 ‘시콜스키’ 헬기(S-64)보다 제자리 비행에서 더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경수 산림항공본부 기장은 “테일로터가 있는 헬기는 엔진 출력을 양력에만 쓰는 게 아니라 힘이 분산된다. 안정성 측면에서는 카모프 같은 로터 구조를 가진 헬기가 좋다”고 말했다.



산림청 주력 헬기 ‘카모프’(KA-32). ‘동축 반전 로터’ 구조로 기동성이 좋다. 담수량은 3천 리터다. 기후위기기록단


초대형부터 중소형까지, 균형 있게 운용해야
영남 산불처럼 열흘간 불이 꺼지지 않을 경우, 헬기의 운용 효율도 따져야 한다. 헬기는 자동차와 달리 정비 주기를 엄격하게 준수한다. 초대형 헬기인 S-64는 정비 주기가 짧다. 15시간 비행 후 하루 정비가 필요한 구조로, 하루 8시간씩 이틀간 투입되면 다음 날은 종일 정비로 쉬어야 한다. 연속 출동이 필요한 장기 산불에는 불리하다. 카모프는 25시간 비행 후 정비를 받게 돼 있어 초대형 헬기보다 출동 효율이 높다.
산불 진화 헬기 조종사들은 무조건 초대형 헬기가 유리하다는 생각보다 여러 기종을 균형적으로 운용하는 게 효율적이라는 입장이다. 산림항공관리소 박용환 기장은 “큰 헬기도 필요하고 작은 헬기도 필요하지, 한 기종만 가지고 있는 건 전력 구성 면에서 좋지 않다”며 “기종마다 적당한 대수가 있는 게 더 좋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산림청이 보유한 S-64와 카모프 헬기는 장기적으로 대체돼야 할 전망이다. S-64는 기체 노후화에 더해 제조사의 기체 신규 생산 중단 문제가 있다, 카모프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부품 공급에 차질이 생겨 산림청이 보유한 헬기 29대 중 8대의 운항이 중단됐다. 산림청은 초대형 헬기 대체 기종으로 ‘치누크’ 헬기(CH-47)의 민수용인 ‘모델-234’의 도입을 추진 중이다. 담수량은 1만리터로 S-64보다 크지만, 제자리 비행 성능이 떨어진다는 평가도 있다. 정비 주기가 짧아 가동률도 낮다. 군에서 치누크 대대를 운영했던 예비역 관계자는 “헬기가 클수록 정비를 자주 해야 한다. 치누크를 운영할 때 항상 정비 때문에 가동률이 좀 낮았다. 산림청에 치누크가 들어오면 어떨지 걱정되긴 하는데 정비 문제만 해결되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산불 진화의 주력 기종인 카모프의 대체 기종으로 거론되는 것은 미국에서 중형급 산불 진화 헬기로 투입되고 있는 ‘파이어호크’(S-70)다. 담수량은 3700리터로 카모프보다 크고, 엔진 출력은 2000축 마력(SPH)으로 양력과 기동성이 카모프와 비슷하다. 기체 길이도 초대형 헬기보다 작아 담수지 접근의 제약이 적다. 파이어호크의 군용 버전인 ‘블랙호크’(UH-60)는 국내 육군에서도 다목적 중형헬기로 운용 중이다. 정비·운용의 경험도 풍부하여 인프라 측면에서도 강점이 있다. 산림항공본부 박용환 기장은 “UH-60은 군에서도 많이 쓰고 있고 미국에서도 많이 쓰고 있다. 듣기로도 예전에 산림청도 도입하려고 시도도 했었다”고 전했다.



야간 진화 중인 헬기 ‘수리온’(KUHC-1). 기후위기기록단


‘야간 진화’ 위해 선결해야 할 조건들
지난 3월24일 오후 8시 경북 의성 산불 피해영향구역과 화선 길이는 각각 8490헥타르(㏊), 164㎞였는데, 다음날 오전 6시 산불피해영향구역과 화선은 1만2565㏊, 214.5㎞로 늘었다. 진화율은 60%에서 55%로 떨어졌다. 밤중 강풍으로 산불이 번질 때 공중 전력은 투입되지 못했다. ‘야간 진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진 배경이다.
산불 진화의 공백을 줄이려면 야간 진화도 필요하다. 하지만 야간 진화를 무작정 시행한다면 오히려 산불 진화 효율도 높이지 못하고 조종사의 위험만 키울 수 있다. 헬기 조종에서 시야 확보는 조종사의 생존과 직결된다. 야간에는 원근감 판단이 어렵다. 장애물의 위치 등 비행 상황을 잘못 판단할 수 있다. 비행 고도도 낮아 장애물과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야간 진화가 가능한 환경은 제한적이라고 말한다. 배택훈 한국산불학회 부회장은 “바람이 초속 10ｍ 이내로 세지 않게 불고, 적당한 빛도 있어야 한다”며 “지난 4월 대구 산불 당시 시행한 야간 진화는 대구 시내에 불빛이 있고, 연료를 놓을 수 있는 비행장 등 조건이 맞아서 가능했다. 산청 산불이었다면 어려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야간 진화를 위한 자격·훈련·운용 체계도 갖춰져야 한다. 야간 진화를 하려면 조종사는 ‘계기비행’(육안 대신 계기만 이용해 비행하는 것) 자격이 있어야 한다. 시야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계기판만 보고 헬기를 안전하게 조종할 수 있는지 판단하기 위해서다. 그만큼 야간 진화가 위험하다는 뜻이다. 야간 진화 장비인 ‘야간 투시경’(NVG)에 조종사들이 적응하기 위한 훈련도 필수다. 산림청은 현재도 야간 진화 훈련을 진행한다. 배 부회장은 “그동안 조동사들이 훈련했긴 했다. 분기에 한 번씩 한다고 하는데 제가 보기에는 최소 매달 한 번 이상은 훈련해서 1년 내내 조종사들이 적응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안정적인 훈련을 위해서는 야간 진화를 전담할 헬기, 조종사·정비사 등 별도의 장비와 인력이 마련돼야 한다.



미국 산불 진화에 활용되는 고정익 항공기 ‘맥도널 더글러스’(DC-10). 담수량은 약 3만5000 리터이다. 누리집 갈무리


‘군 헬기 상시 배치’ 필요성도 검토해야
경북 산불을 계기로 대형 산불 진화에 비행기를 투입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헬기 같은 회전익기뿐 아니라 고정익기도 도입하자는 목소리다. 미국의 ‘맥도널 더글러스’(DC-10) 같은 고정익기는 담수량이 압도적이라 화선이 클 때 대량으로 살수할 수 있어 진화에 큰 효과를 낸다. 헬기와 달리 야간·안개 상황에서도 운용이 가능하다. 다만 복잡한 산악 지형에서 정밀하게 물을 투하하려면 상당한 훈련과 숙달이 필요하다. 고정익기를 도입한다면 구매보다 공군 전력을 활용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산불 분야의 예산은 한정적이기 때문에 항공기를 구매하는 것은 어렵다. 산림청이 활주로 등 인프라를 별도로 운영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 국방부와 공군의 협조가 관건인 셈이다.
한편, 산불 대비를 위해 군 헬기를 상시 배치해둘 필요성도 거론된다. 현재 산불 발생 후 군 헬기가 출동하려면, 행정안전부가 요청하고 국방부와 협의를 거쳐야 가능한 구조다. 동시다발로 산불이 발생할 땐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 2022년 울진·밀양 산불 때엔 헬기가 70대 이상 동원됐고, 올해 영남권 산불 때에도 30~40여대가 동시에 투입됐다. 이 때문에 평시에도 일정 전력을 행안부나 산림청에 배치하는 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재철 녹색연합 전문위원은 “산불 비상시기에 군 헬기를 50대가량 행안부나 산림당국으로 상시 배치해 전력 분산 없이 즉시 투입 가능한 체계를 갖추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설명했다.







김수아 한겨레교육문화센터 기후위기기록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