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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은 경제 영역에도 해당하는 문제입니다. 한정된 재화를 어떻게 분배하느냐가 결국 '경제' 니까요. 국내 여성 경제(女) 분야 소식을 잇겠습니다(絡). <편집자말>
[이주연 기자]









▲  2023년 9월 14일, 김정수 삼양라운드스퀘어 부회장이 서울 종로구 익선동 누디트 익선에서 열린 삼양라운드스퀘어 삼양라면 60주년 비전선포식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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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수의 삶은, 한국 드라마의 한 페이지에서 찢겨 나온 거처럼 보인다. 재벌가에 시집와 전업주부로 살다 부도를 선언한 라면회사에 돌연 입사했다. 그녀는 이제 (그 회사의) CEO다."

2024년 1월 6일, 미국 유력 일간지 월스트리 새마을금고 스마트적금 트저널(WSJ)이 김정수 삼양식품 대표이사 부회장을 집중적으로 다룬 기사를 내놨다. 그 기사의 첫 문장이다. '불닭의 어머니'로 불리는 김 부회장을 조명한 9000자 가량의 기사 제목은 '500억 달러(한화 약 71조 5천억 원) 규모의 라면 시장을 뒤흔든 여성'이었다.
1년 여가 흐름 지금, 삼양은 여전히 라면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대출상황 숫자로 본 삼양의 승승장구
숫자로만 봐도 그렇다.
2024년 삼양식품 해외매출은 1조 3359억 원이다. 총 매출 가운데 해외매출 비중이 77%에 달한다. 2016년에 930억 원 수준(전체 매출 대비 비중 26%)이었다. 지난해 해외에 판매된 불닭 상품은 13억 개다. 2016년에는 해외에서 1억 300 인터넷뱅킹 수수료 면제 0만개가 팔렸었다. 2024년 식품업계 최초로 '7억불 수출의 탑'을 수상(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무역협회가 수출 증대에 기여한 기업에 주는 상)했다. 불닭 수출액은 총 1조 원을 돌파했다.
2012년 출시된 불닭볶음면은 2016년부터 빛을 봤다. SNS를 통해 유행을 타기 시작했는데, SNS상에 불닭볶음면 영상만 1200만 개가 넘는 상황이 여성 직장 다. 누적 조회수 역시 4억 회에 달할 정도로 불닭의 인기는 '핫'하다.
불닭이 날아오름에 따라, 지난해에만 250%가량 뛴 삼양식품 주가는 현재 '100만 원' 고지를 코앞에 두며 황제주 등극 준비를 마친 상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3일 삼양식품 주가는 전일 0.42% 오른 96만 1000원에 마감했다. 시가총액은 7조 원을 넘어섰고, 코스피 내 60위를 기록했다.
불닭은 미국의 대형 음악축제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이하 코첼라)'에도 진출했다. 국내 최초로 코첼라와 공식 파트너십을 체결한 삼양식품은 코첼라 내에 불닭부스를 마련했다. 김 부회장이 지난 14일 직접 코첼라 현장을 찾기도 했다.
불닭볶음면 아이디어를 내고 개발에 뛰어든 김 부회장 개인의 명성도 높다. 김 부회장은 포브스가 선정한 '2024년 50세 이상 아시아 여성 50인'에 이름 올렸다. 포브스는 "가부장적 문화가 강한 한국에서 가족 소유 대기업을 이끄는 몇 안 되는 여성 리더 중 한 명이 됐다"고 평했다.

2016년 기지개 켠 삼양식품 "이렇게까지 성공할 줄 몰라"










▲  코첼라 내 불닭부스를 찾은 김정수 부회장.


ⓒ 삼양식품




식품업계 시가총액 1위를 달리고 있는 삼양이 기지개를 켠 것은 불과 10여 년 사이의 일이다.

1998년 IMF 금융위기 당시 삼양은 파산을 선언했다. 전업주부였던 김 부회장이 삼양에 입사한 것도 그 때였다. 시아버지이자 삼양식품 창업주인 전중윤 명예회장의 권유였다고 한다. WSJ는 "그녀는 저렴한 파를 찾기 위해 중국으로 파견되고, 저렴한 팜유 공급업체를 찾기 위해 말레이시아로 파견됐다"라며 "김 대표는 (당시에 대해) '절망만이 있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2017년 <동아일보> 인터뷰 기사에서는 불닭 이전, 김 부회장의 기여도 함께 다뤄졌다. 김 부회장은 "삼양라면 패키지 디자인을 내가 했다. '갓짬뽕', '맛있는라면' 등등 제품 이름도 직접 지었다"고 밝혔다. 김 부회장은 해당 기사에서 불닭 탄생 비화를 전하기도 했다.
"2011년 고등학생이던 딸과 명동 데이트에 나섰다가, 매운 찜닭집에 들어갔고 주변 젊은이들이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스트레스 풀린다'고 말하는 걸 듣고 '이걸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 1년의 개발 기간 동안 매운 소스 2t, 닭 1200마리가 투입됐고, 마침내 불닭볶음면이 출시됐다고 한다.
"이렇게까지 성공할지 몰랐다. 지난해(2016년) 가을 인도네시아 출장을 갔는데 마트마다 불닭볶음면을 쌓아놓고 팔고 있었다. 이게 시아버지가 말씀하시던 '기업보국(기업을 통해 나라를 이롭게 한다)'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해외는 넓고 갈 곳은 많으니까 전성기 시절의 삼양을 다시 만들어 보고 싶다." (2017년 2월, 동아일보)

'횡령'유죄 확정 후 7개월 만에 경영 복귀... 지주사 대표직 올라










▲  월스트리트저널은 2024년 1월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을 다룬 기사를 내보냈다.


ⓒ WSJ갈무리




'전성기 시절의 삼양'을 만들었지만, 김 부회장과 그의 남편 전인장 삼양식품 회장은 나란히 검찰에 출두해야했다. 2020년 3월 부부는 49억 원의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정처벌법상 횡령)로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이 사건 때문에 당시 총괄사장이었던 김 부회장과 전인장 회장 모두 경영에서 물러났다.

두 사람은 계열사로부터 납품 받은 자재 일부를 페이퍼컴퍼니로부터 납품 받은 것처럼 속여 회삿돈을 횡령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 회장은 징역 3년형을, 김 부회장은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형을 확정받았다. 특경법에 징역형을 받으면, 형 집행 종료로부터 2년간 범죄 행위와 관련 있는 기업체에 취업할 수 없다. 그러나 삼양식품은 김 부회장 공백으로 회사가 어렵다며 취업 제한을 해제해달라고 했고, 법무부 장관이 이를 승인하면서 경영에 복귀했다. 퇴직 후 7개월 만이었다.
WSJ는 이 문제도 기사에 다뤘다. "2008년부터 2017년까지 김씨의 남편은 부부의 주택 관리비, 자동차 리스비, 신용카드 대금 등에 (횡령액을) 사용했다"고 짚었다. 이어 "김씨는 2023년 대통령의 사면을 받았고, 삼양 라운드스퀘어의 CEO로 임명됐다"고 밝혔다.
WSJ가 기사 첫 줄부터 "그녀는 이제 (그 회사의) CEO다"라고 '드라마틱'하게 표현한 것 역시 김 부회장이 2023년 8월 삼양라운드스퀘어(그룹 지주사) 대표이사가 됐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WSJ는 김경준 CEO스코어 대표의 말을 빌려 "삼양은 망할 뻔한 회사였다. 삼성, LG, 현대 등 대부분의 한국 대기업은 창업주의 남성 후계자들이 이끌고 있기 때문에 그가 며느리로서 성공을 거둔 것은 독특하다"고 전하기도 했다.

"그의 공백으로 회사 어렵다"... 그리고 1년 8개월










▲  2023년 9월 14일, 김정수 삼양라운드스퀘어 부회장이 서울 종로구 익선동 누디트 익선에서 열린 삼양라운드스퀘어 삼양라면 60주년 비전선포식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올해 신년사를 통해 '삼양라운드스퀘어'의 비전과 전략을 밝히기도 했던 그가 돌연, 지난 21일 사임했다.

위메프 최고재무책임자 등을 거치고 지난 2023년 삼양그룹으로 옮겨온 40대 남성 전문경영인, 장석훈 전무가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사측은 "올해는 밀양 2공장 완공, 해외 사업 확장, 관세 이슈 등이 몰려 있다"며 "김 부회장은 사업 부문에 주력하고, 지주사는 전문 경영인이 맡는 게 좀 더 효율적이라고 판단했다"며 '돌연 사임' 사유를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일부 언론은 "김 부회장의 장남인 전병우 삼양라운드스퀘어 전략총괄 및 신사업본부장의 역할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 예상했다. 곧 전 본부장이 '지주사 대표직'을 승계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김 부회장의 사임은 아들에게 지주사를 물려주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었다.
삼양의 비약적 성장을 이끌어냈음에도 '회장'직함을 갖지 못했던, 남성 후계자들 사이에서 두각을 드러내던 '며느리 CEO'는 그렇게 지주사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났다. 1년 8개월만의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