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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오늘 박꽃 이투데이 문화전문기자]



▲ 영화 '28년 후' 스틸컷



※ 주의 : 영화 '28년 후'의 주요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분노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이 서로를 뜯어먹는 흉포한 좀비로 변모하고, 영국은 대종말 상황을 맞는다. 23년 전 세상에 등장해 당시 7400만 달러(한화 약 1020억)의 전 세계 흥행 기록을 쓴 '28일 후'(2002) 이야기다. 인간 군상의 폭력적인 일면을 들여다본 접근으로 준수한 비평적 성과까지 함께 거뒀던 대니 보일 감독과 알렉스 현금게임
가랜드 각본가가 23년 만에 합심해 들고 돌아온 후속작이 19일 국내 개봉한 '28년 후'다.
사건으로부터 28년 후, 유럽 국가는 초토화된 영국을 고립시킨 채 견고한 방어성을 쌓는다. 겨우 살아남은 일부 영국인은 썰물 때만 진입로가 개방되는 '홀리 아일랜드'로 숨어들지만 늘 물자 부족에 시달린다. 공동체는 결국 주기적으로 좀비가 잠식한 릴게임 사이트
본토로 향해 노획물을 거둬오는 전사를 길러낸다. '28년 후'는 그 역할을 맡은 젊은 아버지 '제이미'(애런 존슨)가 최초로 12살 아들 '스파이크'(알피 윌리엄스)에게 본토행을 경험시키는 시퀀스로 본격적인 장면에 진입한다.



▲ 영화 '28년 후'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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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의 동행은 관객이 좀비호러물에서 기대하는 원초적인 긴박감과 쾌감을 책임지는 대목이다. 느리게 바닥을 기어다니며 제물을 탐색하는 좀비 '슬로우 로우', 스테로이드로 부풀린 듯한 거대한 신체에 지능까지 탑재한 좀비 '알파', 새로운 크리쳐와의 아슬한 전투 시퀀스는 관객에게 신선한 자극을 선사한다모바일게임
. 압도적 완력으로 인간의 목을 잡아 뜯어 척추뼈까지 뽑아내는 좀비 '알파'는 시각적 공포를 극대화하며 장르 애호가의 오감을 자극한다. 주연 외 여러 캐릭터가 치고빠지듯 등장과 휘발을 반복하면서 긴장 가득한 관객의 감정을 잠시 쉬어가게 하는데, 때로 유머까지 품어내는 완급조절은 '28일 후'보다 한층 능숙해진 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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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런 종류의 즐거움은 어디까지나 시리즈의 일부일 뿐. '28일 후'가 그러했듯 대니 보일 감독과 알렉스 가랜드 각본가의 조합은 단순한 장르물을 내어놓는 데 그치지 않고 현대 사회의 본질적인 문제를 관통하는 일에 관심을 둔다. 20여 년 전 화두가 인간의 '분노'였다면 지금 시대를 상징하는 건 '고립주의'와 '군홧발'이다. 예상치 못한 재난 이후 방어벽을 쌓아 올린 세계는 공존 대신 각자도생을 택하고, 끝나지 않는 생존 전쟁 앞에서 모든 집단은 폐쇄적이고 폭력적인 군사문화를 갖춰나간다.
잔인하고 비정한 죽음이 속출하는 아수라장을 나타내는 '28년 후' 특유의 장면 연출은 전쟁과 분열이 난무하는 현시대의 정신을 정확하게 지목한다는 점에서 상징적이다. 여전히 맞붙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새로운 격전을 벌이는 이스라엘-이란, 그들 각 진영과 손잡은 강국의 배후 갈등까지 고려하면 세계는 각자의 빗장을 바짝 올려 세우고 상대를 배격하는 모양새다. 장르 안에 현시대의 문제를 날카롭게 녹여내던 거장들의 감각이 여전히 녹슬지 않은 셈이다.



▲ 영화 '28년 후' 포스터



그런 면에서 '28년 후'는 고립주의와 군홧발로 상징되는 시대를 '가족'이라는 테마로 풀어나가려는 드라마적 장르물로도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젊은 아버지 '제이미'가 군사문화에 철저히 적응한 데 모자라 허세와 부도덕함으로 이 문화를 주도하기까지 하는 입장이라면, 그의 12살 아들 '스파이크'는 본능적으로 그런 삶의 방식에 거부감을 느낀다. 장르물에서 어린 세대를 주인공 삼는 일은 워낙 자주 있는 일이지만, '28년 후'의 흥미로운 점은 소년의 지향이 자신에게 강인함을 가르쳐준 아버지가 아닌 스스로가 소중하게 지키려 한 다른 가족을 향한다는 사실일 것이다. 새로운 세대의 노정은 '강한 자만 살아남을 것'이라는 무자비한 시대정신 안에서 유별난 듯 보이지만, 관객은 그렇기에 그의 선택이 새 시대를 비추는 일말의 희망이 되길 기대할 수 있다.

소년의 미래는 물론, 결코 낙관할 수 없다. 언제 좀비에게 물어뜯길지 모를 극한 상황을 헤쳐 나가며 당도한 목적지에서 얻은 답은 '누구나 죽는다'는 공허한 진실뿐이다. 정처 없는 여정 도중 우연히 맞닥뜨린 미심쩍은 두목(조지 오코넬)과 마치 '매드맥스'의 일원을 떠올리게 하는 광적인 살육자들은 소년의 운명이 거친 길로 향하고 있음을 예고한다. '28년 후'와 동시에 촬영돼 2026년 1월 개봉을 확정한 후속작 '28일후: 더 본 템플'이 '악의 본질'에 집중할 것이라는 알렉스 가랜드 각본가의 언급을 되새기게 하는 대목이다.
더욱 극악해진 삶의 여건에서 고립된 인류는 어떻게 살아남는가. 그 답을 따라가는 여정이 더 기대되는 이유에는 오래 전 '28일 후'의 주인공이었던 '짐'(킬리언 머피)의 재등장도 포함될 것이다. 비밀리에 부쳐진 그의 역할이 소년 '스파이크'의 앞길을 막는 악의 수호자일지 아니면 속내를 감춘 조력자일지, 그 역할의 향방을 점쳐보는 것도 이 시리즈를 오롯이 누리는 방법이 될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