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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곳곳이 이상기후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탄소중립을 위한 재생에너지에 세계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세계 에너지 공급망 전망'에 따르면,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선 전체 에너지 공급망 중 재생에너지 비중이 2030년 31%, 2050년엔 70%까지 올라가야 한다. 이에 이재명 정부는 '기후위기 적극 대응' 정책의 일환으로 에너지고속도로 건설을 공약한 바 있다. 2030년까지 서해안 에너지고속도로, 2040년까지 서해~남해~동해를 잇는 U자형 한반도 에너지고속도로를 건설하는 게 골자다. 
해안 에너지고속도로는 호남에서 재생에너지인 해상풍력발전으로 전력을 생산하고, 지방에서 사용하고 남는 전력을 수도권으로 끌어옵티시스 주식
와 공급하기 위한 사업이다. 석탄 비중을 최소화하고 LNG 비중도 줄이되 재생에너지 비율을 신속히 높여 나가려는, 총 사업비 11조원 규모의 거대 프로젝트다. 이를 통해 호남과 영남의 전력망을 잇고 동해안 해상풍력까지 연결해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한편 대한민국 경제 도약과 지역 균형발전을 이루는 게 목표다. 이런 에너지고속도를 건설하려면 과연 어떤 기술들이 선물거래증거금
필요할까. 



2월1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코리아 스마트그리드 엑스포 2025'에서 참관객들이 LS일렉트릭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능형 전력망'이 전력 수요와 공급 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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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의 전력을 수도권까지 안정적으로 보내려면 우선 해저 전력 케이블이 필수다. 이를 위해 서해 해저에 2기가와트(GW·1GW는 10억W)짜리 네 개 루트의 초고압직류(HVDC) 송전망을 깔겠다는 구상이다. 에너지 판매를 위한 송전망 구축을 통해 재생에너지를 지역 산업 발전의 핵심으로 키운다는 게 에너지고속도로를 구상한 배경이다. 
HVDC 상반기실적
기술은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을 교류에서 직류로 변환해 송전한 후 다시 교류로 바꿔 수요자에게 공급하는 방식이다. HVDC는 송전 때 전력 손실이 적어 100km 이상의 초장거리에 주로 사용된다. HVDC 해상 전력망이 완성되면 20GW 규모의 남서해안 해상풍력을 주요 산업지대로 송전할 수 있다.
한편 에너지고속도로 구축을 통해 지능형 전체리마스터 다운로드
력망(Smart Grid), ESS(에너지저장장치) 산업의 경쟁력도 키운다. 지능형 전력망은 전력 수요와 공급을 똑똑하고 정교하게 관리할 수 있는 전력망이다. 현 전력망에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해 전기 공급자와 소비자가 양방향으로 실시간 전력 정보를 교환하는 방식이다. 가정의 소비자와 전력회사인 공급자 간에 전기 사용량과 공급량의 '정보 고속도로'를 뚫어 더욱 효율적으로 전기를 관리할 수 있게 해주는 게 골자다.
기상청은 '한국의 2025년 여름'이 예년보다 폭염이 더 길어지는 시기가 될 거라고 예상한다. 폭염은 단순히 습하고 더운 날씨에 그치지 않고, 필연적으로 냉난방 시설의 전력 사용량 증가로 이어진다. 이런 기후변화와 전력 사용량 증가는 결국 재생에너지 사용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문제는 자연 조건에 의존해 발전하는 재생에너지는 기후에 따라 발전량이 달라진다는 점이다. 또 재생에너지는 중앙에서 전력을 공급하는 방식이 아닌, 각 지역을 기반으로 한 분산형 에너지원이어서 언제 어디서 전력을 더 많이 소비할지 예측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나온 기술이 지능형 전력망이다.
전력회사는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실시간으로 정보를 모아 전력망에서 필요한 전력을 필요한 곳에 적시에 전달하고 불필요한 추가 전력 생산을 막는다. 이때 전력 소비가 많은 시간대의 전기료를 높이고 그 반대일 경우 낮게 책정한다. 소비자는 전기료 추이를 파악해 하루 중 요금이 가장 저렴할 때 전력을 사용한다. 에너지 효율을 최적화하는 방식인 셈이다.
예를 들어보자. 주부 김알뜰씨는 오후 2시경 세탁기를 돌리기 위해 집에 설치된 '지능형 전력 미터기'를 확인한다. 미터기에는 '㎾h당 전기요금 200원'이라고 표시되어 있다. 전력 사용량이 많은 낮 시간대라 그런지 요금이 비싸다. 오후 10시경 미터기를 다시 확인하자 요금이 100원대로 떨어졌다. 그때서야 김알뜰씨는 세탁기 전원을 켜고 세탁을 한다. 시간대별 전기료를 꼼꼼히 따져 알뜰한 살림을 하는 것이다. 해당 시간에 사람들이 전기를 많이 쓸수록 지능형 미터기에는 전기료가 비싸게 표시된다.
지능형 전력망 시스템에서는 가전제품들도 똑똑해진다. 인터넷을 통해 외부와 연결된 가전제품이 스스로 전기료가 싼 시간대에 작동하도록 설계하는 것이 가능하다. 전기료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떨어지면 자동으로 작동하는 방식이다. 지능형 전력망은 가전제품은 물론 공장의 산업용 장비들까지 전기를 쓰는 모든 기기를 묶어 효율적으로 관리한다. 미국의 구글·IBM·인텔을 비롯해 영국 최대 에너지 회사인 내셔널 그리드 등 세계의 IT 기업들은 전력 소비의 패러다임을 바꿔놓을 지능형 전력망 사업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전기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쓰는 'ESS'
에너지고속도로는 또 지역에서 생산된 전력을 해당 지역에서 소비하는 분산형 에너지 체계 정립도 예고하고 있다. 현재 전력 수요가 많은 기업들은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따라서 분산 에너지에 대한 편익 제공과 인센티브 제도를 강화해 수도권에 몰린 기업들을 지역에 유치해 지역경제를 살린다는 구상이다. 이에 따라 전국에 소비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RE100 산단'을 확대할 방침이다.
지능형 전력망의 또 하나 중요한 핵심은 '에너지저장장치(Energy Storage System·ESS)'다. ESS는 전기를 저장하는 대규모 용량의 배터리라고 생각하면 된다. 태양광이나 풍력으로 생산하는 재생에너지를 사용할 경우 해가 지거나 바람이 멈추면 어떻게 될까? 
시간이나 날씨에 따라 들쭉날쭉한 재생에너지를 사용할 땐 ESS가 필수다. 낮에 태양광으로 생산한 전기를 저장해 두고 밤에 사용하는 식이다. 기존에는 생산한 뒤 사용하지 못한 전기는 저장 공간이 적어 그대로 버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ESS를 이용하면 태양광이나 풍력발전 등에서 얻어지는 여분의 전력을 상당 기간 저장할 수 있다. 
한국의 ESS 설치 용량은 미국·중국·일본·호주에 이어 세계 5위권에 달할 만큼 상위권에 속한다. 가정, 산업 현장, 그리고 데이터센터까지 다양한 곳에서 ESS를 사용 중이다. 현재는 재생에너지 인프라 확충과 에너지고속도로와 연계해 ESS 시장이 급부상하고 있다. 
에너지고속도로는 더 건강한 지구를 만드는 생명선이 될 것이다. 물론 에너지고속도로를 실현하려면 재정 확보, 핵심 부품 국산화, 전력시장 개편 등 여러 과제가 따를 것이다. 그 과정을 이겨내고 에너지고속도로가 꼭 구축돼 대한민국의 새로운 도약과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끄는 핵심 동력이 되길 기대한다.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