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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 건축가 건축환경연구소 광장제공, 사진가 김중만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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례에 걸쳐 연재한 대로 나의 오랜 친구 남신우와 시대와 사회에 관한 논쟁을 주고받은 서신을 공개한다. 아래 내용은 신우의 편지에 대한 답신이다. 지난 칼럼의 내용과 이어진다.
건축에 관한 한 나는 서양식으로 말해서 '팔라디언'(Palladian Home·신고전주의 양식)이다. 보수주의자란 말이다. 원칙론자라는 쪽이 더 맞을까? 그런 점에서로그챠트
꼬르뷔지에(아파트를 최초로 창안한 프랑스 건축가)도, 모더니즘도, 특히 포스트모던도 나에게는 별로다.
오히려 동양식으로, 한국식으로 전통 건축에 가깝다. 그러고 보면 그건 더욱더 원칙론에 가깝다. 물론 근본주의나 원리주의에 빠지지 않도록은 애를 써야 한다고 믿는다.
너희가 모두 미국으로 떠난 지가 어언 40년이다. 그황금성포커게임
사이 너희들은 모두 미국인들이 됐다. 국적도 그렇고 40년 미국 생활에서 미국 밥을 먹고, 미국 말을 하고, 그래서 그 오랜 세월 미국식으로 생각을 해 왔으니, 긴 세월이 너희를 모두 크게 변화시켰을 것은 당연하다.
나 또한 너희들 보기에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나이를 먹은 만큼 생각도 변했을 것이다. 그러나 나 자신은 네가 느끼는 듯중앙건설 주식
한 그런 변화를 체감하지를 못하고 지낸다.
나는 아직도 강남을 싫어하면서 강북에 살고 있다. 한마디로 강남은 부자 동네이고 강북은 후진 동네였다. 나는 오랫동안 강북의 복권과 명예 회복과 땅값 상승을 위해 노력해 왔고, 최근에는 그 점에서 일정 부분 성공을 이뤘다고 자부한다.
이것은 상징적인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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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은 개발의 대명사이고, 강북은 보존의 대명사였다. 그러므로 내가 강북에 살기를 고집하는 것은 개발독재에 대한 반발이고 그로 인한 기득권 세력에 대한 거부감이다.
나는 아직도 우리가 중학교, 고등학교 때 주말마다 암벽 등반을 하던 인왕산을 아침저녁 쳐다보며 감동 속에 산다. 한 가지 경치를 가지고 50년 동안을 봐도 아침저녁으로 감동을 반복하는 내가 아마도 정말 '꼴통'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일은 강남이 있어서 강북이 아름다움을 더욱 느끼듯이 세상은 단 한 가지 가치관만 가지고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사람에게 오른손과 왼손이 함께 있고, 왼손에 흙이 묻으면 오른손만이 그걸 닦아줄 수 있고, 오른손이 아프면 왼손만이 그걸 감싸줄 수 있듯이 두 손은 불가분한 것이 아니냐.
장님과 앉은뱅이 이야기를 아는가? 장님이 앉은뱅이를 등에 업고 길을 가면 앉은뱅이는 등위에서 장님의 두 눈이 돼주고, 장님은 앉은뱅이의 두 발이 돼 완벽한 인간이 부럽지 않다고. 그렇지만 세상에 장님만 있거나 앉은뱅이만 산다면 그건 지옥이겠지.
서로를 인정하고 서로가 부족한 부분을 찾고 서로 상처를 감싸 안아야 우리가 형제 아니냐?
내가 한때는 친형제보다도 더 징그럽게 붙어 다녔던 너와 너희를 향해 지금의 내 입장, 생각, 행동에 대해 시원하게 납득이 가도록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참 큰 문제다.
내가 하는 일에 대해 너 하나에게서조차 공감을 얻지 못한다면 내가 얼마나 어떤 훌륭한 철학을 가지고 있은들 세상을 향해 그것이 무슨 설득력을 가지겠느냐?
그런데 사람 관계란 이렇다고들 말을 한다. 즉 오랜 인간관계로 인해 서로를 잘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 사이에서 오해는 더 커질 수 있다고 하는 이론인데, 그게 그럴 듯도 해 보이고, 특히 우리 사이에서 정말로 잘 들어맞는 주장일 듯도 하다.
왜냐하면 우리는 너무도 잘 안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사실 그건 아닐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너무 오래 떨어져 있었고, 너무도 다른 세상을 살아왔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네 얼굴이 조금 펴질 이야기를 하나 하겠다. 나는 요즘 대학 동기회에 안 나간다. 아니 연말에 한 번만 나가기로 했다. 왜냐하면 나는 강남에 술 마시러 가는데 한 시간 이상 걸리는 게 싫다. 그래서 애들이 나더러 회장을 맡으라고 했을 때 모임을 강북에서만 한다는 조건으로 회장을 수락했었다.
그래서 내가 회장 하는 동안은 매달 인사동에서 모였다. 그 후에는 다시 강남에 모이자고 해서 내가 안 가는 대신 일 년에 딱 한 번만, 연말에 강북에서 하자고 했다. 그날은 내가 초청하겠다고 했다. 그래, 나는 올해도 딱 한 번 연말에 강북에서 친구들을 만날 것이다.
얼마 전 대학 동기회에서도 - 그건 낮에 우연히 임시모임처럼 만난 거였는데 - "김원이가 우리와는 생각과 행동이 다른 것 같다"며 설명을 요구한 녀석이 있었다. 그때 내가 대답하기를 "그래, 다르다. 달라도 매우 다르다. 나는 너희와는 생각이 유연한 점이 다르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오해가 없기를 바란다.
유연하다는 것은 양다리 걸치기가 아니라 그들 모두를 이해하고 사랑하려고 노력한다는 말이다. 내가 평생 가장 존경하고 사랑했던 김수환 추기경님이 불교의 금동반가사유상을 두 시간 동안이나 바라보고 "아름답다"고 하셨다는 이야기에 나는 감동한다. 말하자면 그 분에게 그것은 이교도의 우상이었을 터인데도 말이다.
그래서 네가 "선택해야 한다"고 시작을 했기 때문에 끝으로 거기 대답하자면, 나는 아마도 오래전에 지금의 이런 길을 선택했을 것이고 그냥 그대로 그 길을 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지금 와서 내가 선택했던 것을 바꿀 생각은 없다.
내가 잘나서 그런 말 하는 게 아니라 지금 나에게는 선택해야 할 두 개의 가치관이 혼란을 일으키고 있지 않고, 달리 다른 선택을 해야 할 만큼 여건이 달라진 게 없다. 그러고 보니 선택해야 한다는 너의 요청에 대한 대답은 아직 선택하지 않은 다른 사람들의 경우에 해당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너와 나의 이런 생각의 차이는 당연하고 또한 우리 둘이 생각이 똑같아도 재미가 없는 것이다. 우리는 서로 생각의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고 혹시 거기서 서로 배울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지금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문제가 흑백논리에 따른 이분법적 편 가르기라고 생각한다. 물론 일제 강점기 때는 친일이냐, 반일이냐를 분명히 해야 한다고 배웠고, 전쟁 때는 빨갱이냐 아니냐를 가지고 사람들을 죽이고 살리고를 했다. 지금은 성장이냐 분배냐를 가지고 우파냐 좌파냐를 판별하려 든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 사회에는 중도적인 고뇌가 없고, 양쪽을 다 어우르는 관용이 없고, 진정한 가치로 평가되는 통합의 논리가 없다. 소위 남남갈등이다.
나는 오래전부터 지식인이라는 자들이 어떤 일에도 확신을 가지지 못하는 회색의 회의론자들이라고 경멸당해 싸다고 생각을 해왔지만 그런데도 동시에 지식인이라면 유연한 사고를 가지고 자기와 다른 생각들을 역지사지해 볼 수 있어야 한다고도 주장을 했다.
그래서 여러 사람에게 자연의 생태계가 아름다운 것은 종의 다양성 때문이라고 역설해왔다. 그런데 네가 말하는 선택이란 게 바로 그 이분법적 사고인 것 같아서 걱정이다.
나는 네가 가진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깊은 관심에 동의하고 동조한다. 나도 관심 있다. 탈북자 문제에도 관심 있고, 탈북자를 돕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이 거기에 관심 없다고 속단하는 식의 일방적이고 공격적인 주장에는 동조하지 않는다.
나는 세상 모든 사람이, 하다못해 정신 미숙아일지라도 나름대로 자기들 생각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나와 생각이 다르다거나 그런 생각을 안 한다고 그 사람더러 죽으라고 하지는 않는다.
우리 세상은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고 그 다양성이 우리 사회를 더 건강하게 만든다고 믿는다. 두말할 것도 없이 모든 사람이 획일적으로 똑같이 생각하는 세상은 끔찍하지 않을까?
그런데 너는 가장 생각이 유연하지도 다양하지도 않고 가장 외골수인 사람들만을 만나니 걱정이다. 그래서 너에게 부탁한다. 북한 인권에 관심 있으면 똑같이 남한 인권에도 관심을 가져라.
나는 이명박의 대운하와 4대강을 진심으로 반대하지만 왜 반대하는지 대화를 통해서 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운하 때문에 이명박이 죽어야 한다거나 그가 나쁜 놈이라거나 그런 생각은 해 본 적이 없다.
김정일이 죽어야 한다고 네가 떠들면 네 뜻대로 그가 죽어 주냐? 우리는 그가 죽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그가 인권에 눈뜨게 하는 것이 목적이지. 그러려면 그가 알아듣게, 또는 솔깃하게, 고분고분 따르게, 말을 해야지.
너무 많이 아는 척, 잘난 척해서 미안하다. 답장을 쓰는 데 20일이나 걸렸지만 그 많은 이야기를 편지로 쓰니까 그렇게밖에는 안 나온다. 교종이냐 선종이냐를 넘어서서 융합 회통 하는 경지까지는 못 가더라도 옥석은 가리면서 여생을 지내야 한다. 참 세월은 빨리도 간다. 곧 추석이다.
만나면 술이나 한잔하며 이야기하자. 그게 오래된 우리 스타일이었지.
원이가
(마침)
김원 건축환경연구소 광장 대표
▲ 독립기념관·코엑스·태백산맥기념관·국립국악당·통일연수원·남양주종합촬영소 등 설계. ▲ 문화재청 문화재위원, 삼성문화재단 이사, 서울환경영화제 조직위원장 등 역임. ▲ 한국인권재단 후원회장 역임. ▲ 서울생태문화포럼 공동대표.
* 더 자세한 내용은 김원 건축가의 저서 '행복을 그리는 건축가', '꿈을 그리는 건축가', '못다 그린 건축가'를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
<정리 : 이세영 기자>
s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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